▲ 김병연(시인/수필가)
대검 차장 출신인 J 감사원장 후보자는 과거 법무법인에서 7개월 간 일하면서 7억 원 가까이 보수를 받았다.

L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그만둔 2000년부터 5년 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임료 수입으로 60억 원 가량을 벌었다.

P 대법관은 2003년 8월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퇴직한 후 22개월 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19억 원이 넘는 돈을 벌였다.

Y 장관은 2007년 8월 금융감독원장을 그만둔 후 2008년 1월부터 로펌 고문으로 1년간 일하면서 연봉을 6억 원 받았다.

L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로펌에서 15개월 간 고문으로 일하면서 4억9000만 원을 받았다.

전관예우의 실태는 인사청문회가 없었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사안이다. 로펌 대표와 당사자 간 사적 계약이며 사건수임료처럼 가족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20~30년 공직생활을 2~3년 내에 보상받는다는 말이 정설이고, 관가(官街)에선 최소한 연봉이 3~4배 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경제부처 고위관료 출신은 법조인보다는 낮지만, 역시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 영입 첫해에 차관급은 3억 원 이상, 장관급은 5억 원 이상을 받는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처럼 사정 기능을 겸한 기관은 국장급 3억~5억 원, 부원장과 원장급은 5억 원 플러스알파라고 한다. 국세청 출신도 금감원 출신 못지않은 돈을 받고 영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국내 10대 로펌이 공개한 76명의 고문 가운데 62%가 경제․금융․세무․공정거래 분야에서 일했던 고위 공직자로 알려져 있다.

전관예우는 첫해를 정점으로 매년 낮아진다고 한다. 이들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은 로펌 입장에서 그만한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값어치가 전문 지식보다 로비능력에 있다는 게 정설이고 보면 전관예우는 나라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며 심각한 부패다.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로비스트로 일해 2∼3년 만에 떼돈을 번 고위공직자 출신들의 몰염치는 천 번 만 번 지탄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하위공직자는 얼마나 떳떳할까. 지위가 높으면 큰 도둑이고 지위가 낮으면 작은 도둑이라는 세간의 풍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얼마 전 발생한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전관예우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술한 현상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가 인치주의라는 반증이다. 인치주의는 필연적으로 부패를 낳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며 결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

인치주의가 판을 치다보니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법과 양심이 아닌 로비(금품, 혈연·지연·학연 등의 빽,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다.

공정성이 담보돼야 할 평가나 판단은 로비가 좌우한다. 일례로 9급 공무원의 경우 로비를 안 한다면 7급(7급까지는 근속승진제도가 있어 로비 없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승진 가능)으로 퇴직할 수밖에 없다.

근무평정과 승진인사도 로비가 좌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로비하여 승진했지만 로비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유부녀가 외도를 했을 경우 외도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해봐야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

인치주의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전관예우는 부패를 낳고 부패는 나라를 무너뜨린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를 만들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치주의를 위협한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전관예우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

전관예우는 멀리 보고 길게 보면 나라 경제를 무너뜨려 후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된다. 결국 전관예우를 받은 사람들의 후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 후 1년 동안 직전 근무지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개정 변호사법(일명 전관예우금지법)이 지난 17일 공포돼 시행됐다.

이 법 시행 전 판검사의 줄사표가 예상되자 대법원과 법무부는 법 시행 전에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두는 일까지 벌어졌다. 판검사들이 줄사표를 내려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부인해왔던 전관예우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전관예우 변호사의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 수임료의 몇 배로 뛸 수밖에 없고 이는 의뢰인의 부담으로 전가돼 왔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힘 있는 전관예우 변호사를 구했느냐가 정의라면 법조의 신뢰성은 무너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관예우금지법은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효성이 매우 의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관예우금지 조항을 위반한 변호사에 대해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부과 등의 징계를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관예우금지법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형사처벌 조항의 신설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대한민국헌법 제11조의 규정을 모든 국민이 통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차제에 판검사 출신 변호사뿐 아니라 정부의 고위관료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금지법도 제정, 명경지수와 같은 공정사회를 만들어 하루빨리 선진국이 됐으면 하는 마음 너무너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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