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마침내 서울 지역 모든 초ㆍ중ㆍ고교의 체벌 금지 규정이 1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오로지 언어만을 의존한 학교 교육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그뿐만이 아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의 수업 시간에는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교사가 매질은 커녕, 손지검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손을 위로 들고 벌을 서게 하기,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벌서기 등도 금지됐다. 어떻게 보면 매우 민주적이며 학생들의 인권보호와 자율권을 보장해 준다는 차원으로 보아 그 뜻과 취지는 매우 필요하며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에 야기될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아무 대책도 없이 갑자기 교사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과연 온전한 수업 분위기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런 교육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고위 교육자이며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아무런 권한 없이 무조건식으로 무장해제를 할 경우 올바른 교육 내지 바람직한 지도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며 교육 성과 역시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당장 체벌 첫날부터 서울 시내 학교 곳곳에서 각가지 씁쓸한 사건은 벌어지고 말았다.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문자를 보내고 있는 학생을 목격한 교사가 이를 말렸더니 ‘선생님, 제가 계속 문자를 보내면 때리시기라도 하시려고요?’ 하며 태연한 목소리로 반문을 하더니 계속 문자를 보내더라는 것이다.

이미 예견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그렇잖아도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예의범절이나 인간 존엄성, 그리고 기본 품성과 예의 범절이 땅에 떨어졌다’는 생각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터다. 그리고 학교 교육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의 눈부신 발전으로 말미암아 수험기술이나 전수하는 학원 교육, 사교육이 학교 교육을 능가하고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하는 도중에 태연히 낮잠을 자거나 여기 저기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일, 휴대전화 사용은 보통이고 교사에 대한 욕지거리, 흡연을 당연시하기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게다가 교사가 조금만 불만스러워도 바로 경찰을 불러 교내에 순찰차가 수시로 들락거리는 기막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과 현실에서 교사의 권위를 한층 북돋아 주는 제도를 만들기는 커녕, 무조건 체벌 금지라는 제도와 규정은 오히려 학생들이 그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도 이를 방관하고 가만히 두고 보고 있으라는 것은 분명히 교육을 역효과로 몰아가고 있는 잘못된 판단이며 처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교사의 손발을 묵는다는 것, 그것을 결코 바람직한 교육을 포기한 자포자기식 교육현장이요, 난장판이 될 게 뻔해 보인다.

지난달에는 한국교총이 서울 시내 322개 초ㆍ중ㆍ고교 교사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벌 금지 발표 이후 학생 생활지도에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59%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학생을 바르게 가르치려고 체벌을 했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할 바에야 차라리 무관심한 게 낫다는 풍조를 급속히 확산시킬 게 분명하다.

서울시 교육청은 문제학생에 대한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일선 학교에 전파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역시 그 실효성이 문제이다. 고작 체벌 대체방안으로 성찰교실 운영, 학부모 소환면담, 봉사활동 등을 제시했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성찰교실의 경우 당장 학생을 격리시킬 공간과 이를 운영할 인력조차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또한 문제 학생을 선도할 전문상담교사를 배치 학교가 고작 8%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 소환 역시 문제아들의 부모일수록 대부분의 부모가 당장 먹고 살아갈 생업이 급선무이기에 그나마 학교아 교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런 때일수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른바 모범 학생이나 그 밖의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과도한 체벌은 금지하되 오히려 가벼운 사랑의 매나 폐지됐던 정학처분의 부활 등 교사의 권위를 세워줄 응분의 조치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는 더 이상 방관만 하지 말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현실과 괴리된 이상주의적 실험교육에 제동을 걸고 학생들의 바람직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주 오래 전, 명심보감이나 동몽선습 등, 서당에 글을 배우러 다니던 학생들이 숙제를 제대로 안 해갔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훈장은 으레 회초리로 매를 들곤 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들은 한결같이 훈장을 찾아가서 자식을 잘못 가르친 부모로서 앞으로는 집에서 더욱 자식의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겠다는 반성의 뜻으로 부모님이 다시 종아리를 걷고 매를 쳐 달라고 했다고 한다.

옛날과 오늘날의 인성 교육, 과연 어떤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며 참된 교육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옛날 서당 교육에서 받던 예절과 도덕 교육 방법이 새삼 절실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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