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그 옛날 어떤 청년 한 사람이 수도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절에 있는 노스님을 찾아가게 되었다.
“스님께 수도생활을 배우기 위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이에 스님은 청년의 아래위를 한동안 훑어보다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수도생활을 하려면 견디기 어려운 인내력이 필요한데 정말 참아낼 자신이 있느냐?”

“예, 이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올라왔습니다. 무 슨 일이든 시켜주기만 하십시오.”

“허어, 그래? 말은 쉬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스님은 곧 청년을 데리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는 청년에게 커다란 가마솥을 하나 걸어 놓으라고 시켰다.

청년은 그 길로 흙을 파다가 정성을 다해 열심히 가마솥을 걸기 시작하였다. 비지땀을 흘려가며 솥을 다 걸고 나니 어느 새 하루 해가 가고 저녁때가 되었다. 그러자 정성껏 걸어놓은 솥을 본 스님은 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명령하게 되었다.

“아, 여기다 걸어놓고 보니 그게 아니로구나. 당장 저 쪽으로 옮겨 걸어라.”
“예, 알겠습니다. 곧 다시 걸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의 명을 받은 청년은 군소리도 하지 않고 걸었던 솥을 뜯어내고 다시 밤을 새워가면서 부지런히 가마솥을 걸어놓게 되었다.

그 이튿날, 걸어놓은 솥을 살펴보던 스님이 이번에는 벌컥 화까지 내면서 소리쳤다.
“아니 이걸 솥이라고 걸어놓은 거란 말이냐? 한 쪽이 기울어졌지 않느냐. 당장 뜯어내고 다시 걸 어놓도록 하여라!”

청년은 아무 불평도 없이 다시 솥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꾸중을 듣게 되었다.
“먼젓번에는 오른쪽이 기울어졌더니 이번에는 왼쪽이 또 기울었지 않느냐? 다시 걸도록 하여라!”
“예, 예, 알겠습니다. 당장 다시 반듯하게 걸어놓겠습니다.”

청년은 이번에도 아뭇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다시 걸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무려 아홉 번이나 솥을 옮겨 걸게 되었다.

그렇게 어느 새 1주일이나 훌쩍 지나간 어느 날, 스님은 마침내 몹시 흐뭇해진 표정으로 청년을 입을 열었다.

“됐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과연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온다 해도 참아낼 수 있는 인물이로다!” 마침내 청년은 그날부터 스님의 제자가 되어 수도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인내심을 발휘하여 도를 닦아 몇 해 후에는 마침내 크게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경행록>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조그만 병을 고통스럽다고 하여 참지 못하고, 분한 일을 억울하다고 하여 참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앞으로 어떤 일에 부딪칠지 모르는 일인데 참을성과 인내가 없이 어떻게 그 큰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공부를 많이 하여 출세도 하고 싶고, 부귀와 영화도 누리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런 욕심과 본능만을 가지고 누구나 그런 뜻을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거기에는 남달리 많은 어려움과 유혹을 이겨내는 끊임없는 노력과 참을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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