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와 풍자는 현실을 반영...쓴소리는 든소리

한철수 편집위원
한때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불렀으며, 지금도 그렇게 인정하고 일부 가정에서는 아예 악의 근원으로 여겨 제한적인 시청을 약속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그들은 정보를 대부분 인터넷이나 정기간행물을 통해 공유하고, 아이들은 독서와 체험으로 지식을 쌓고, 공동체 생활을 통하여 사람의 도리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 미풍양속을 소개하는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옛 것을 기억하고, 새로운 것을 접하며,  의료상식으로 자가진단도 한다. 특히 어르신들은 연속극을 두 세번 반복 시청하면서 악한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는 야단을 선한 역을 맡은 연기자에게는 연민을 느끼며 카타르시스에 빠진다. 

바보상자와 정보상자. 텔레비전은 양면성을 띠고 있다. 내게도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이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렇고 비슷한 내용으로 방송되는 오락프로그램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음악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다보면 딸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에 환호하며 의상이 어떻고 누가 실수를 했는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열을 올리며 설명도 하고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킥킥거린다.

텔레비전은 시청에 집중을 하면 가족 간에 대화가 단절되기도 하지만 아이와 어른 세대간의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경우가 적잖다. 또한 청소년들은 몇몇 프로그램을 보지않으면 집단에서 외톨이가 된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의 키워드이기에 그렇다.

요즈음 공중파 대세는 '빵꾸똥꼬'다. 아주 고집스럽고 집착이 강한 해리라는 아이가 일일시트콤에서 이 말을 던지면 친교가 금방 절교로 바뀌고, 애어른을 가리지 않고 짜증스럽게 내뱉고는 슬그머니 자신의 방이나 화장실로 뛰어가 눈을 부릅뜨고 복수를 준비한다.

한편 한밤에 던지는 일갈(一喝). "나, 동혁이 형이야'는 봉숭아학당 옴니버스 중 하나지만 그의 정치풍자와 독설은 왠지 시원하고 통쾌하다.

'빵꾸똥꼬'라는 유행어는 우리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여의도일번지는 예나지금이나 억지를 부리고 일방통행하고 그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는 정치현실. 내용과 결과보다는 우선 편리한데로 이익을 찾아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다 통하지 않으면 퍼붓는 말이 바로 '빵꾸똥꼬'다.

이는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보다는 떼를 쓰고 서로 말초신경을 건드리다가 그것도 모자라면 뒤엎고, 난장판을 만드는 곳이 여의도일번지다. 그 일번지 사람들을 어느 심리학자는 자기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며, 일차원적인 정신상태가 집단 세뇌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동혁이 형이 나선 것이다. 동혁이 형의 쓴 소리는 그저 씁쓸하게 현실을 성토하는 선술집의 안줏거리가 아닌 민초들의 뼈있는 말이다. 그저 코미디프로라 넘길 수 없는 형다운 이야기를 여의도일번지는 물론 지방과 지역일번지 사람들도 새겨들어야 한다. 쓴소리는 든소리라는 것을.

유행어는 세태를 반영한다고 한다. 초등학생 어린아이가 내뱉은 '빵꾸똥꼬'는 1번지 사람들의 형태를 반영한다는 것은 억지춘양은 아닐까. 아이의 빵꾸똥꼬는 귀엽지만 1번지 사람들의 빵꾸똥꼬는 영원한 철부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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