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약 3백여 년 전, 경기도 강화도에 한 소년이 태어났다. 불행하게도 아버지를 일찍 여윈 소년은 어쩔 수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제대로 가정 교육을 받은 훌륭한 집안의 딸이었다.

그는 낮에는 들에 나가 열심히 일을 하고, 밤에는 베틀에 앉아 밤을 새워 일하면서 오직 하나뿐인 아들의 성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였다. 그리고 늘 학문이 깊고 품행이 방정하며 인격이 높은 아들로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희생 정신을 발휘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새워 베를 짜던 어머니가 갑자기 베틀 앞에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동안 너무 과로했기 때문이었다. 깜짝 놀란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을 못하다가 급한 김에 옆집 아주머니니를 불러오게 되었다.

“어이구,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렇게 몸이 쇠약해서야……!”
옆집 아주머니가 달려와서 부랴부랴 간호를 해준 덕분에 다행히도 어머니는 잃었던 정신을 다시 차리게 되었다.

“아아! 이 보잘것없는 자식을 위해 저렇게 희생 정신을 발휘하고 계시다니!”
어려서부터 남달리 마음씨가 착하고 고운 소년은 그 일을 계기로 더욱 어머니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 어머니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발벗고 나섰다.

그의 효성은 마침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라는 소문이 멀리까지 자자하게 되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옛날 이야기 듣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어머니이기에 소년은 어머니가 일을 할 때엔 어김없이 곁에 앉아서 책을 읽어 드리곤 하였다. 구할 수 있는 책이란 책은 모두 구해서 읽어드렸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책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자 더 이상 읽어드릴 책이 모두 바닥이 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담!”
소년은 여러 날을 궁리하던 끝에 그때부터 어머니에게 읽어드릴 글을 자신이 직접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구운몽‘이란 이야기책이 완성되었다. 그 소년이 바로 오늘날까지 널리 읽혀지는 ’구운몽‘의 작가 김만중이었던 것이다.

김만중은 그 후에도 변함없이 어머니에게 효도를 극진히 하여 효성이 지극한 사람으로 나라에서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여기서 문득 그 옛날 공자의 말씀이 떠오른다. 공자께서는 늘 겉으로 꾸미는 물질적인 효도보다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효도로 부모님을 편안하게 받드는 정신적인 효도를 늘 강조하였다.

어느 날 공자에게 자유란 사람이 찾아와서 ‘효’란 무엇이냐고 여쭙자 공자가 대답하였다.
“오직 부모를 잘 먹여 살리는 것만이 효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따지고 보면 개나 말도 먹여 기르고 있지 않은가. 부모를 잘 먹이기만 하고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을 기르는 것과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겠는가.”

그 다음 번에는 자하란 사람이 공자를 찾아와서 다시 ‘효’란 무엇이냐고 여쭙게 되었다.
“누구나 부모 앞에서 부드러운 얼굴빛을 보이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니라.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식들이 부모 대신 그 수고를 맡아 하고, 어쩌다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어른들이 먼저 드시게 한다고 해서 결국 그것만으로 ‘효’라 할 수 있겠는가?”

김만중, 그는 물질적인 효도가 아닌 정신적인 효도를 몸소 실천한 인물중의 인물이 아닐까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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